《Super-fine: 가벼운 사진술》 전시비평 부분 발췌
비평 : 신혜영

포스트-포토그래피 시대에는 시각적 진실의 의미가 변해야 한다.

디지털이 중심이 되는 작업에서 복합적 매체의 성격은 보다 강해진다. 그리고 그러한 특징은 수용자에게 있어 시각이나 청각과 같이 분화된 지각이 아닌 공감각적 지각을 유발한다. 볼츠는 디지털 시대 예술은 작품의 분석보다 수용자의 체험과 그들의 ‘감성적 지각(aisthesis)’이 중심이 되는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았다고 역설한다.[14] 이 전시에서 유일한 프로젝션 디지털 영상인 구기정의 <물은 투명하다 Water is transparent>는 그러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고해상도 카메라, 특수 렌즈, 플래시, 3D 프로그램 등 여러 디지털 기술을 동원해 물의 다양한 속성을 형상화한 영상이다. 한 줌의 물은 투명하지만 일정 정도 부피 이상의 물은 투명하지 않다. 또한 강이나 바다의 물결을 떨어져서 바라보면 일렁거림과 함께 그 표면을 관찰할 수 있지만 물결에 휩싸이면 더 이상 표면을 볼 수 없으며 깊은 물속에서는 그 무게와 온도를 느낄 뿐 물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작가는 출렁거리는 물 표면에 카메라가 초점거리를 맞출 때 일어나는 투명도(opacity)의 차이로부터 착안하여 다양한 물의 형상을 표현하였다. 그것은 카메라의 한계를 말하는 동시에 카메라를 보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의미에서의 (각 개체가 포개지는 부분의) 포토샵의 투명도에 관한 언급이기도 하다. 작가는 3D를 포함해 디지털 기술이 카메라의 시각에 국한된 감각을 보완하여 촉각과 그 이상의 공감각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실재하는 물의 재현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파악한 물의 속성과 감각을 증대시켜 새롭게 만들어낸 ‘증강된 자연’인 것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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