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구사진비엔날레 참여자 인터뷰
글 : 구기정

Symbiocene

친애하는 작가님께,

저희는 글렌 알브레히트(Glenn Albrecht)가 제안한 ‘공생세(Symbiocene)’ — 모든 생명체 간의
관계가 공생, 공존, 상호성에 기반한 시대 — 개념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의 두 가지 질문에 (각각 800 자 이내로) 답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답변은 작품에 대한 대중의 해석을 풍부하게 하고, 전시에 대한 담론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에마뉘엘 드 레코테 Emmanuelle De L'Ecotais
2025 대구사진비엔날레 총 감독


1. 당신은 ‘생명체’(the living)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에게 생명체란 독립된 개체라기보다는, 상호작용 속에서 인식되고 지칭되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많은 생명체는, 그 생명력을 바라보는 주체에 의해 부여받고, 관계 맺음 속에서 드러납니다.

물질은 언제나 고정된 상태로 머물지 않고, 서로를 관통하고, 섞이고, 겹치며, 끊임없이 자신의 경계를 확장합니다. 존재는 자신을 지칭하는 순간 그 의미에서 이탈하고, 보는 이의 인식 안에서 새로운 생명성을 얻습니다. 이를테면 스크린 속 익명의 얼굴—우리가 만난 적 없는 배우의 몸짓이, 특정한 순간 우리의 내면에 감정의 파문을 일으킬 때,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픽셀이 아니라 기억 속에 머무는 하나의 살아 있는 파장이 됩니다. 실제와 비실제, 재현과 진실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우리는 그 존재를 살아 있다고 느끼는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마치, 감각의 층위에 조용히 침투해 신경계를 재배치하는 숙주처럼요. 이처럼 언어화되지 않는 생명의 미세한 진동들은, 때로는 눈앞의 실재보다 더 깊이 감각에 파고들며, 인식을 재편합니다.

H.G. 웰스의 『우주전쟁』에서 인간의 최첨단 무기는 외계인에게 큰 효과가 없습니다. 그들을 무너뜨린 것은 인간의 과학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던 미생물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지구의 ‘주인’처럼 군림하던 인간의 무력함을 비추는 동시에, 생명체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지닌 생태적 힘을 보여줍니다.

저는 가장 강한 존재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두고, 환경의 변화에 섬세하게 감응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진정한 생명력은 개체 안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주고받는 흐름, 끊임없는 조율과 감응 속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생명은 서로 포착하고 반응하는 서로를 살아 있게 하는 관계 그 자체입니다.


2. 인류세 이후, 상호의존은 회복력의 대안적 모델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업은 생명체와의
상호작용, 협력, 연대를 어떻게 가시화하고 있나요?
저의 작업은 다양한 기술적 매체와 재료,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의 복합적 혼재 위에서 구축되며, 기술과 생명,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모호해지는 지점에 자리합니다.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저는 ‘상호의존’을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미묘하고 감각적인 변화를 ‘포착’하고 반응하는 감응의 경험으로 구현합니다.

저는 상호의존을 고정된 협력적 관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다중적 생태계로 이해합니다. 관람자는 대상이 처음에는 마치 사진처럼 보이다가 이내 그래픽이나 다른 매체로 변환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경계가 불분명한 변주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시각적 모호성은 실제와 재현, 물성과 가상 사이의 구분을 흐리게 하며, 관람자는 끊임없이 ‘무엇이 진짜인가’에 대해 혼란과 몰입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과정에 놓입니다.
‘포착’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확장하는 행위입니다. 결국 제 작업은 상호의존을 매개로 ‘포착’을 통해 감각적 경험과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관람자를 초대합니다. 



Gijeong Goo기정

작업Works
2025 The Transparent Rendering Apparatus(Forthcoming) / The Transparent Visual Apparatus 3-6 / The Transparent Visual Apparatus 1-2 / Exceeded Scenes 4
2024 Macromachineplantincubator /Macro Hybrid Scenes / Hybrid Isolated Landscape / Spectral field
2023 A deep realm where no shadows drawExceeded Scenes 1-4 / Exceeded Scenes 1-3 / Facing and StrollingCrossing Bodies / Macro Scenes
2022 ContrologyContrology (performance) / Whose order do your fingers follow? / Coagulation 3 / Exceeded Scenes 3 / Exceeded Scenes 1-2 / Exceeded Scenes
2021 Famous ScenesExceeded Scenes 1 / Water is Transparent 2 / Rendered PoolSynthetic Nature
2020 Tangible MomentThe WallWater is TransperentUnknown
2019 Coagulation 2 / CoagulationRendered NatureBodi StimuliDouleur 3 / Douleur 2
2018 Nature is BlueDouleurThe Excavation of DreamNew Machine
2015 Real-Google-Earth

기획Curations들 
Trans-비전ヴィジョンContrology

비평Critiques&외Other Materials
2025 Symbiocene
2024 Gijeong Goo’s Rendering ≥ World
=%세GyeSe계세계Saegye
구기정의 렌더링 ≥ 월드 =%세GyeSe계세계Saegye / 인공적인 풍경-자연스런 알아차림 / 더 자세한 소개
2023 I am listening in the roomEmbracing: In and Out of the Body 
2022 아주 미세한 이질감의 배치 / 미디어 문법, 응고된 신체를 자각하기 위한 장으로서의 Contrology / Access-Control-Allow-Origin비지시적 사물들Ambiguous 3D World
2021 Super fine: 가벼운 사진술
2019 Exposing Humanity in the Machine
2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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